할부지옥 벗어나다
이사한 이후로 소파 구입, 식기 세척기 구입, 에어컨 구입 등으로 매달 60만원 정도가 할부금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나눠서 내니 부담이 덜 한 것 같지만 그렇게 하나둘씩 쌓인 티끌들이 태산이 되어버린 것.
결혼 전엔 목돈 들어갈 일도 없었거니와 신용카드 하나 없이 체크카드만 썼다. 집이나 차 살 때 빼고는 현금박치기를 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경제관념을 가지고 있던 나였다.
하지만 결혼 후 통신비 할인 때문에 카드 하나 만들고 이번에 이사하면서 대출이자 할인 때문에 하나 더 만들었더니 지금은 신용카드가 2장이 되었고, 그 이후에 알게 된 무이자 할부의 매력은 실로 엄청났다.
고가의 사치품을 월 사용료만 내고 저렴하게 이용하는 기분이 들게 하여 가격대가 높은 상품도 겁 없이 턱턱 사게 만든 것.
이런 식으로 점점 할부지옥으로 빠져드는...... 😭
한국에서는 1967년 7월에 크레딧 카드가 처음 발급되었고 80년대 이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용카드나 할부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을텐데 우리는 신용을 담보로 한 외상이라는 소비행태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다.
쌈짓돈 모아 현금으로 세탁기랑 냉장고를 사러 가던 우리 어머니 시절의 로망을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카드로, 할부로... 쉽게쉽게 사는 물건에 애착이 없으니 쉽게 질리고, 그러다가 신상 나오면 또 쉽게 바꾸고...
돈없다, 힘들다 징징대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지 않으면 안 되는 병에라도 걸린 것 같다.

어쨌든, 다달이 가계부 쓸 때마다 내 숨통을 조여오던 태산같던 할부를 모두 바로결제해서 없애버렸다.
할부 기간 내내 양쪽 어깨에 무거운 돌덩이를 이고 다니는 느낌이었는데 이제서야 끝이 나니 삼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고 몸에 쌓인 독소가 쫙 빠져 온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앞으로는 체크카드 쓰던 시절로 돌아가서 할부를 경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과도한 빚은 불행의 시작"
35년 할부와 다름 없는 집값과 3년 할부 차값을 제외하면 빚잔치가 다 끝났으니 이제부터 행복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