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아기, 정인이 사건을 접한 후...

2021. 1. 5. 18:48소박한일상

정인이는 작년 10월에 하늘나라로 갔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에서야 정인이에 대한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서 접하게 되었다.


사실 작년 말부터 웹사이트를 돌다가 베스트글에 종종 정인이 사건에 대한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곤 했지만 입양 전후의 비교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혀서 더 이상 보기가 두려웠다.


내가 본 사진은 입양 전에 천사같이 웃고 있는 정인이의 모습과 입양 후에 생기를 잃고 온몸에 시커멓게 멍이 든 정인이의 모습이었다.

사진 아래에 적힌 간략한 설명만 읽어봤는데도 마음이 너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정인이에 대한 긴글들은 애써 외면해왔다. 어린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엄마의 입장에서 그 내막을 자세히 알게 되면 내 마음이 무너져내릴까봐 무서웠다.


그렇게 지내다가 12월 말쯤에 둘째 임신을 알게 되었다. 입덧으로 힘들게 보내다가 2021년을 맞이했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 정인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때까지도 차마 프로그램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방송 이후에 보도된 뉴스를 통해 어느 정도의 자세한 내막을 알고 난 뒤에 내가 직접 정인이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공식계정에 올려진 약 20분 정도의 영상......
우리가 정인이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봤는데도 시작부터 끅끅거리며 참아냈던 눈물이, 어린이집에서 공개한 정인이의 마지막 모습이 나올 때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펑펑 쏟아져나왔다.

서 있을 기운도 없어서 선생님 품에 계속 안겨있던 조그만 아기... 우유 한모금 삼키는 것도 힘겨워하던 아기...
최소한의 자기방어조차 할 수 없는 그 조그만 아기가 극심한 학대와 외로움 속에서 고통으로 죽어갔다.


나는 자기가 뱉은 말이나 행위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받는다고 믿는 편이다. 정인이에게 고통을 준 자들은 응당 그에 준하는 형벌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법을 집행하는 자들의 몫이고 나는 그들이 현명하기를 바랄 뿐이다.


한 의사가 "정인이는 인생이 원래 이런 것(고통스러운 것)인 줄 알고 갔을 것이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내 마음이 찢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천사같은 얼굴로 방실거리는 그 모습이 나를 더욱더 슬프게 만들었다.

곱디고운 반달 같은 눈으로 귀엽게 생글거리는 모습이 눈에 밟혀서 그런지 평범한 부모 밑에서 자라났다면 누구보다도 밝고 건강하게 자라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문득, (평소에도 엉뚱한 생각을 자주 하는 나의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상상이지만) 내 뱃속의 아이가 정인이가 환생해서 돌아온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딸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는 나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리 좋은 엄마는 아닌 것 같다.
요리도 못해, 체력이 약해 많이 놀아주지도 못해... 코로나 때문에 가정보육을 하는 동안,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말썽을 부리는 아이에게 속상해서 짜증이 날 때도 많고 혼낼 때도 많고......


하지만 적어도 내 아이들에게 만큼은 인생이 고통스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신뢰를 받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게 해주고 싶고 내가 봤던 그 웃음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감히 하게 되었다.

힘든 날도 있겠지만 이렇게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는 것이 인생이구나... 그 작고 예쁜 아이가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게, 아니 우리 가족과 나도 그 아이와 이 행복을 같이 누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예쁜 웃음 만큼 예쁜 삶을 살 수 있었던 아이...
학대 신고만 제대로 처리됐더라도 살 수 있었을 아이가 날개 한 번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떠나야 했던 이 현실에 너무 화가 나고 슬픈 마음이 든다.

더 슬픈 현실은 지금도 정인이처럼 학대받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제발... 모든 아이들이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학대와 고통 속에서 불행한 아이들이 없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구상 그 어느 곳에서도 학대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한다.

출산율이 낮다고 아기 낳기만을 종용하지 말고 태어난 아이들 만이라도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자라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 나의 소원은... 영혼이 있다면 이 작고 예쁜 아기천사가 우리집 둘째로 태어나게 해달라는 것이다.
종교는 없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그날까지 매일매일을 기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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