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by step

2020. 12. 11. 01:14미니멀리즘

처음 미니멀라이프나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졌을 때, 갑작스럽게 혁신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늘 작심삼일만 반복하는 나에게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섹션을 나눠서 쉬운 곳부터 차근차근 공략하는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그 시작이 집에서 가장 좁은 공간인 화장실.

원초적인 본능을 배출해내는 공간인 그곳에서 나의 미니멀라이프와 제로웨이스트가 시작되었다.


작은 볼일 후엔 휴지 대신 손수건을,

비데 물티슈 대신 핸드비데를,

각종 플라스틱 제품 대신 비누를,

변기 수조엔 생수병을.


이런 식으로 쉬운 것에서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면 된다.

미니멀 라이프나 제로 웨이스트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이러한 방식으로 바꾸는 쪽이 훨씬 더 쉽고 단순하다.


물건이 없으면 청소가 쉬우니 집이 깨끗해진다.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면 쓰레기가 덜 나오고 처리의 번거로움을 덜게 되며 무엇보다도 건강에 좋다.
(우리는 매주마다 카드 한 장 분량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한다.)


손수건은 세탁기에 넣으면 그만이다.

핸드비데는 일반 비데처럼 뜯어서 청소할 필요가 없다. 덤으로 변기 청소까지 간편해진다.

각종 워시 제품을 검색하고, 고르고, 구입하는 과정과 다 쓰고 나서 통을 물로 헹궈내고, 겉에 붙은 비닐을 제거하고, 분리배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을 바엔 그냥 비누 하나로 퉁치는 편이 낫다.

집에 굴러다니는 생수병에 물을 채워 변기수조에 넣어두기만 해도 평생 수도세를 절약할 수 있다.

(하나만 넣으니 둥둥 떠다니다가 수조마개를 건드려서 물이 빠지는 몇 번 있었다. 안에서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것이 중요! 나는 페트병 2개를 구석 쪽에 끼워넣었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면 혁신적인 생활방식의 변화를 시도하며 도전해보는 것(물건을 다 숨겨놓고 꼭 필요한 것만 꺼내쓰면서 일정 기간 이상 찾지 않은 것은 미련 없이 갖다 버리기, 집에서 플라스틱 제품 죄다 없애버리기, 옷을 30벌만 남기고 다 버리기 등등)도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재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버린다면 제풀에 지쳐 결국엔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나 역시도 칫솔은 쉽게 바꾸지 못하고 있다.

제로 웨이스터 대부분이 대나무 칫솔을 사용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플라스틱 칫솔을 쓴다.

입병이 잦고 교정으로 인한 잇몸퇴축현상이 있으며 치아 뒷쪽에 교정유지장치가 있어서 칫솔의 모질이 나에겐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그런 면에서 생분해 재질의 칫솔이나 대나무 칫솔은 아쉬움이 많았다.

대나무칫솔은 대부분 중국산에 (다른건 몰라도 입에 들어가는 위생용품이 중국산인 것은 찝찝하다.) 곰팡이 문제로 관리가 번거로울 것 같아 처음부터 제외시키고 생분해 칫솔을 썼다. 하지만 쓰는 동안 잇몸이 많이 상해서 결국엔 극세모 플라스틱 칫솔로 돌아왔다.

그러다가 모가 부드럽고 방습 능력이 뛰어나다는 국산 브랜드를 알게 되었고 지금 있는 것을 다 소비하면 한 번 사용해볼 생각이다.
써보고 다시 플라스틱 칫솔로 돌아갈지도 모를 일이지만.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지금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은 용기있는 행동이나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공자의 말씀 중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단순한 삶이 주는 소박함을 즐기다 보면 그 불편함조차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때가 온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나는 내게 가장 편안한 속도로 단순한 삶을 향해 조금씩 걸어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