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14. 01:35ㆍ미니멀리즘

우리집에서 가장 미니멀한 곳은 이불장이다.

두 개의 침대에 깔려있는 것을 제외한 여분의 침구들.

나 어릴 적엔 이불이 그 집안의 인심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집집마다 이불장엔 이불들로 빈틈없이 채워져있었다. 우리집도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제일 폭신하고 따뜻한 이불은 손님이 오시면 써야 한다고 항상 이불장 맨 아래 칸에 잠들어 있었고 막상 우리는 오래 되어 납작해진 낡은 이불만 덮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폭신한 손님용 새이불을 꺼내주셨던 밤엔 어찌나 행복했던지......
요즘 같은 시대엔 친척이나 지인들이 와서 자고 가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깔고 잘 침구 외에 여유분으로 한 두 채만 더 있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전에 이불을 빨아 거실에 널어놓으면 오후엔 뽀송뽀송해져서 그날 밤에 덮을 수 있다.
날씨가 좀 습하다 싶으면 세탁기의 건조기능을 사용하면 되니 이불세탁을 할 때마다 침구가 부족해서 곤란했던 적은 없다.

한겨울에도 방 온도가 22도만 되도 덥다고 칭얼대는 아이와 이불을 다 차내고 자는 남편.
그래서 우리집엔 겨울이불이 필요 없다.
나만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긴 하지만 추운 날엔 보온주머니에 따뜻한 물을 넣어 꼭 안고 자면 밤새 따뜻하다.

칸막이가 삐뚤어지도록 꽉꽉 채워져있는 이불장은 세심한 관리가 없으면 세균과 진드기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쓰지도 않는 것들 때문에 쓰지 않아도 될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하지만 여백이 넉넉한 이불장의 침구들은 교체시기마다 세탁을 해주니 그저 잘 개어놓기만 해도 문을 열 때마다 보송한 향기가 나서 열 때마다 포근한 기분이 느껴진다.

실제로 사용하는 것들로만,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딱 그만큼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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